2024. 10. 31. 18:07ㆍ결혼
➊ 우선순위 선정 까지
나와 남자친구는 모두 가톨릭 신자이다. 양가 부모님도 모두 가톨릭 신자이고, 클래식하고 홀리한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잘 맞아 떨어져서 성당에서의 결혼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게다가 대관료도 일반 웨딩홀에 비하면 천사 같이 착하니 더할나위 없었다.
성당에서 결혼할 경우 가장 걸린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본식 스냅과 뷔페는 성당 지정 업체에서만 해야 하고, 아이폰 스냅이라던가 축가 불가 등 제약 사항이 많은 것인데 우리는 성당 결혼식 말고는 크게 로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런 것들을 정해주다니 덜 귀찮고 오히려 좋아!" 였다. 참고로 제약 사항이 정말 많으니, 꼭 확인해 보고 정하는 걸 추천!(특히 명동, 약현성당이 제약 사항이 좀 많음)
혼배 미사로 유명한 성당은 김태희와 비가 결혼했던 가회동 성당, 약현성당, 명동성당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방배동 성당이나 논현2동 성당, 서초동 성당 등이 유명하다. 성당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추첨, 또는 선착순으로 진행하며 본적 성당일 경우 좀 더 유리한 포지션인 성당도 있기 때문에 각 성당별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우리는 성당 투어를 가기 전 우선 어떤 성당 순으로 끌리는 지를 정해보았었다.
1순위는 약현성당이었고, 2순위는 명동, 3순위는 본적 성당인 서초성당, 4순위는 혜화동 성당, 5순위는 남자친구 쪽 본적 성당이었다.
약현 성당은 그냥 사진을 보는 그 순간부터 반했었는데, 남자친구는 사진 상으로 볼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고 했었다. 오히려 논현2동 성당처럼 새하얀 곳을 조금 더 끌려 했었는데(조금 더 홀리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도 1순위는 일단 약현성당으로 콕 집어 두었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약현성당만이 주는 저 따스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2순위는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명동 성당..! 명동 성당은 파밀리에 / 대성전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 대성전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멋진 공간이다. 다만 여긴 다른 성당에 비해 대관료도 비싸고(600만원 이었던 걸로 기억), 성전 자체가 매우 크기에 하객이 많이 없다면 다소 텅 비어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이니만큼 일단 선정은 해 두었다.
3순위는 내 본적 성당인 서초동 성당. 여기는 사실 주차공간이 정말 좋다. 지하에 주차 공간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하객들의 불편이 최소화 될 수 있고, 역과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아서 무난하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당 자체도 실물로 보면 꽤나 예쁜 편이라, 무난하게 좋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본적 신자부터 선착순으로 접수가 가능해서 약간 보험(?)처럼 들고 있었다.
4순위는 예전에 잠시 다녔던 혜화동 성당이었는데, 여기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넣어 두었고, 5순위는 정말 앞에서 아무 것도 안 되게 되면 최후의 보루로 남자친구의 본적 성당으로 선정해 두었다.
➋ 실사 탐방
이렇게 정해두고, 약현성당 공고가 올라오기 전에 실사 탐방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는 저렇게 우선순위를 정해두었었지만, 막상 좀 더 알아보면서 선정해 둔 성당들이 살짝 바뀌게 되었는데.. ㅋㅋㅋㅋ
우선 가회동 성당이 추가되었다. 갑자기 가회동 성당이 너무 예뻐보여서 여기도 실물을 한 번 보고싶어졌고, 명동성당은 아무래도 대관료나 그 규모, 그리고 추첨의 치열함 등을 고려했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제외하게 되었다. 그 외 남자친구가 좀 더 좋아했던 논현2동 새하얀 성당도 추가하여, 첫 실사 탐방은 가회동 성당 / 약현 성당 / 논현 2동성당 순으로 가 보기로 하였다.
우선 가회동 성당부터 가 보았다. 아무래도 북촌 쪽이라 가는 길이 참 예뻤다. 걸어가는 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점수를 한껏 많이 줬었다. 게다가 걸어가던 도중 들렀던 돈까스 집이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매우 행복했다.(뜬금)
스미레 돈까스라는 곳인데, 히레카츠(안심돈까스)가 진짜 맛있고.. 세트에 나오는 메밀소바는 보통 작은 크기로 나오는 데, 여기는 아주 실한 사이즈로 나왔다. 게다가 저 면도 매우 부들부들한 게 맛있고, 소바를 찍어먹는 국물(?)도 매우 맛있었다. 가회동 성당 탐방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러 보시길.. ㅎㅎ
정작 가회동 성당은 찍지도 않고 돈까스 사진만 남겨논 내가 웃기다..ㅋㅋㅋㅋㅋㅋ 가회동 성당 사진은 구글링으로 대체하겠다 ㅠ_ㅠ
듣던대로 현대식 건축물과 한옥 느낌이 잘 어우러져 외관 느낌이 참 좋았다. 한옥 쪽은 웨딩 사진도 찍고, 신부 대기실도 있는 공간인데 여러 후기들을 찾아보았을 때 꽃으로 꾸며둔 느낌이 참 예뻤다. 때마침 토요일이 었어서, 결혼식을 위해 꾸며진 상태였어서 더 보기가 좋았다.
내부로 들어가니 막 결혼식을 마치고 하객들이 나오는 시점이어서 더 좋았다. 예상하기로는 조금 따뜻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내 기준) 강당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실물로는 크게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조용하고 깔끔한 느낌이 좋긴 했지만, 조금 더 성당 느낌이 많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어둑어둑한 느낌이어서 더욱 실물로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피로연장이 지하에 있긴 해도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좋아보였다. 햇빛이 쫙 스미는 게 예뻤다. 하지만 결국 메인으로 갈 성전 느낌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자친구 역시 동일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다음 실사 목적지인 약현성당으로 향했다.
장점: 피로연장이 환하고 예쁘다, 외관이 예쁘다
단점: 생각보다 더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라 호불호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주차 공간이나, 음식 등도 잘 살펴봐야 했겠지만 우리의 실사 탐방 목표는 오로지 실제로 봤을 때 어떤 느낌인 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었고 게다가 선정 제 1원칙은 우리 마음에 드는 지 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크게 게의치 않았다.)
다음으로는 약현성당. 내 마음 속 원픽 성당이었기 때문에 가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됐다. 약현성당 역시 토요일이라 혼배 미사가 진행 되고 있었고, 신랑신부 퇴장 시점이었어서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다소 힘든 길로 올라가긴 했는데, 생각보다 가는 길이 더 힘들어서 꽤나 땀을 많이 흘렸다. 한여름엔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을 좀 하면서 걸어갔는데, 그래도 그 길이 예쁘긴 했었다. 요셉 아파트였나? 무슨 되게 오래된 아파트가 성당 뒤에 있는데, 그쪽 길이 몹시 오르막이라 힘들긴 하지만 참 예뻤다. 요즘엔 찾아볼 수 없는 구조의 아파트에다가, 뭔가 아기자기한 모습이 아주 예뻐서 감탄하며 올라갔다.
성당 정문에 오면 또 언덕 시작인데, 계단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좀 있어서 어르신들은 올라올 때 힘들 것 같았다. 서울역과 성당을 오가는 꼬마 셔틀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지 않는가? 열심히 올라가니 선물처럼 아주 예쁜 붉은 벽돌의 성당이 나타났다. 정말 어디 유럽 시골에 있는 듯, 소박하면서도 예쁜 색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렬한 외부 모습을 보고 기대감을 품은 채로 내부에 들어가는데, 정말 황홀경 그 자체였다. 정면에 위치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찬란히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눈부셨고, 나무 특유의 냄새와 행복한 하객들의 표정까지 너무 기분 좋은 전경이었다. 남자친구는 논현2동 성당 쪽에 기울어 있었지만, 막상 약현성당 실물을 보고 나서는 약현성당 원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특유의 나무 냄새와 하객들의 행복한 모습이 참 많이 기억에 남았다고.. 💕
결혼식이 끝난 약현성당 성전을 둘러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직원(?)이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하며 어버버 사진을 찍고(ㅋㅋㅋ) 나갔는데, 아직도 왜 사진을 찍어주신 지는 잘 모르겠다. 관광객 같았던 걸까..?
정말 너무너무 홀리하고 예뻤던 약현성당 탐방을 마치고 잠시 카페에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적으로 논현2동 성당은 가지 않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약현성당을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했고, 나 또한 그러했기에.. 추첨을 어떻게 받든, 즉 한여름이 걸리든 한겨울이 걸리든 약현성당에서 무조건 진행하는 것을 1순위로 두기로 했다.
만약 그것마저도 추첨이 되지 않는다면 2순위로 서초성당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추첨이 진행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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